내수 부진의 요인은 무엇일까. 한국개발연구원은 지난해 상반기에 부진했던 수출이 하반기에 회복되며 내수에 긍정적 신호를 주었지만, 정책금리의 인상은 여전히 내수 회복의 제약요인으로 남아 있다고 분석한다. 금리 상승이 가계와 기업의 대출금리 체감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내수에 미치는 영향은 약 1년의 시차를 두고 최대 2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올해 내수 경기가 어떤 흐름을 보일지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2023년 하반기에 수출이 다시 회복되면서 내수에 조금씩 긍정적 영향을 주었지만, 고금리의 여파는 시차를 두고 나타나고 있어 정책 당국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준형 연구책임자 인터뷰에서 이러한 시차의 존재와 정책금리의 조정 필요성이 반복적으로 강조된다.
다른 한편으로, 한국의 수출은 글로벌 무대에서의 도전에 직면해 왔다. 2023년 9월에는 한국의 수출이 세계 순위에서 6위에서 8위로 하락했다는 보도가 나왔으며, 이는 전 세계 경기 둔화와 글로벌 공급망의 변동에 따른 영향으로 해석된다. 이른바 총체적 난국 속에서 수출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회복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흐름은 국내 기업들이 반도체나 자동차 같은 고부가가치 품목의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과제로 이어진다.
다만 최근의 국내 경제 흐름은 다소 고무적이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2%로 집계되었고, 소비와 투자의 회복이 수출의 호조와 맞물려 긍정적 신호를 보였다. 민간 소비는 1.3%대로 대폭 증가했고, 수출은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1.5% 증가했다. 설비투자는 2.4% 상승했지만 건설 투자 부문은 여전히 감소했다. 이러한 흐름은 5분기 연속으로 1%대 성장에 머물던 모습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은행은 3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1.2%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이처럼 수출 회복이 내수와 설비투자를 한꺼번에 끌어올리는 모습은 긍정적인 신호이지만, 건설 부문처럼 여전히 일부 부문은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전망은 여전히 수출의 구조적 회복과 금리 정책의 방향에 달려 있다. 수출 회복의 실마리는 여전히 반도체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고부가가치 품목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내수의 완전한 반등을 위해서는 금리 정책의 정렬이 중요하다. 2024년의 경우 수출이 다시 상승하는 흐름이 지속된다면 내수 소비와 설비투자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지만, 고금리가 지속되면 소비와 투자의 개선이 제한될 수 있다. 정책당국은 물가 안정을 위한 긴축 기조를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향으로의 선제적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진단도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수출 회복의 속도와 폭에 따라 내수와 물가에 가해지는 파급 효과가 달라질 것이며, 정책의 타이밍이 핵심 변수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수출 회복의 흐름이 국내 경제의 방향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본다. 글로벌 경기 변동 속에서도 반도체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수출의 견고함이 유지된다면 내수의 점진적 개선도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다만 국내외 요인들이 얽혀 있어 단 기간에 완전한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과 가계는 시차를 고려한 재정·금융 정책의 신중한 운용과 함께 생산성 향상 및 수출 다변화를 위한 구조 개편에 집중해야 한다. 사진 속 수출 항구의 움직임이나 공장의 설비투자 현장은 오늘의 변화가 내일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상징한다. 한국 수출 회복의 흐름은 앞으로도 국내 경제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키워드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