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 무역 질서의 회복과 더불어 이번 회의의 핵심 의제는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 디지털 경제 규범, 기후변화 대응 등이다. 한국은 APEC를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여 ‘역내 평화와 번영’이라는 공동 선언문을 성공적으로 담아내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이주관 KIEP APEC연구컨소시엄 사무국장은 지정학적 갈등 속에서 협력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박정수 한국APEC학회 학회장은 글로벌 무역질서를 정상화하기 위한 건설적 로드맵의 제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은 세종대 경제학 교수 역시 공급망 회복과 디지털 규범, 에너지 안보 등이 회의의 핵심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전망은 한국이 의장국으로서 ‘조정자이자 의제 제안자’로서의 역할을 어떻게 수행할지에 대해 구체적 방향성을 제시한다.
한편, 이번 APEC의 바탕에는 이미 확정된 다자 무역 협력의 확장도 포함된다. 참조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1월 3일 AMM 공동성명 타결과 같은 결과가 도출되었고, APEC 일정 속 쉼 없이 통상협력이 이어지며 아태 및 글로벌 경제체와의 파트너십 고도화가 강조되고 있다. 한국은 중국과의 경제협력 강화, 말레이시아와의 FTA 협상 타결, 호주-UAE CEPA의 정식 발효 등 다자와 양자 간 협력을 폭넓게 확장해 왔다. 이 모든 흐름은 미국의 관세조치와 글로벌 무역환경의 변화 속에서도 자유무역 질서를 회복하고 강화하려는 국제사회의 공조를 뒷받침한다.
미래를 향한 현실적인 변수로는 미·중 간의 관세 담판 가능성이 부각된다. 2025년 4월 극단적으로 갈라졌던 145%와 125% 수준의 보복 관세 문제는 11월까지 유예되었다는 최근 협상 흐름이 있어, APEC 정상회의가 이들 두 거대 경제권의 합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원산지 결정 기준의 현장 적용도 계속 주목받는다. 대한무역협회 등 국내 기관의 최신 FTA 리포트는 미국의 비특혜 원산지 판정 사례와 원산지 관리의 어려움을 조명하고 있으며, K-뷰티 산업을 비롯한 다양한 품목의 원산지 규정 변화가 우리 기업과 수출입 현장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관세의 변화뿐 아니라 FTA 체계의 실효성 확보 역시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APEC 2025의 의의는 단순한 정상회담을 넘어, 아태 지역의 통상 질서를 재설계하고 글로벌 규범 체계에 대한 재정렬을 시도하는 데 있다. 경주의 현장과 준비 과정에서 드러난 것은 한국의 경제외교 역량이 강화되며, 다자 협력을 통한 공급망 안정화와 디지털 경제 규범의 국제적 정착이 보다 긴밀하게 연결될 것이라는 점이다. 앞으로의 관건은 이러한 논의들이 구체적인 조치로 이어져 자유무역의 실질적 확산과 글로벌 경제의 회복으로 이어지는지 여부다. 한국의 의장 전략은 지역 내 갈등을 완화하고, 국제사회가 합의한 규범을 바탕으로 신흥 기술과 산업의 규범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APEC 2025의 성공은 한국의 외교·문화·정책·산업 역량을 한데 모아 세계 무대에서의 역할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경주의 현장과 국제사회의 논의 흐름은 우리 경제가 글로벌 변화의 파도 속에서도 원산지 관리와 FTA 활용을 통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계속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앞으로도 미국과 중국 간의 관세 이슈가 어떻게 해결될지, 새로운 디지털 규범과 공급망 재편이 어떤 구체적 정책으로 연결될지 주목된다. 한국은 이 모든 흐름을 바탕으로 자유무역 질서의 재구축과 글로벌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