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앨범 판매량은 음악 산업의 건강 신호로 여겨진다. 2020년 BTS가 빌보드 차트를 정복하며 K팝 산업의 속도는 더욱 빨라졌고, 피지컬 앨범은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했다. 당시 722만 장의 앨범이 팔렸고, 다이너마이트는 빌보드 HOT 100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2023년에는 피지컬 앨범 판매가 1억1천만 장 근처로 역성장을 보이기도 했다. 이 같은 변동은 성장을 멈춘 게 아니라, 상향 곡선의 일시적 하강으로 보며 더 지속 가능하고 가치 있는 시장으로의 전환을 촉발하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피지컬 앨범은 여전히 “좋은 음악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작용하며, 음원의 질과 가수의 품격을 가늠하는 보이는 지표로 남아 있다.
한편, 업계 내부에선 최근 벌어진 이슈들이 K팝 산업의 구조적 도전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4년 민희진 대표와 하이브의 갈등은 멀티레이블 운영의 한계를 다면적으로 드러냈다. 멀티레이블 시스템은 다양한 아티스트를 여러 레이블이 분담해 관리하는 방식으로, 그룹별 특성에 맞춘 운영이 가능하고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진흙의 성분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듯, 거버넌스와 의사결정 구조의 투명성, 자금 흐름의 관리, 그리고 레이블 간의 협력 수준이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하이브는 11개의 자회사를 통해 라인업을 다변화했고, BTS를 중심으로 한 의존도를 낮추며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뉴진스, 르세라핌 등 저연차 라인업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2020년 매출 7,963억원에서 2023년 매출 2조1781억원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멀티레이블 전략의 효과가 강조되었지만, 이와 함께 산업 전반의 공정성과 수익 분배 구조에 대한 요구도 커졌다.
이와 같은 흐름 속에서 케이팝 공연산업의 발전 방향에 대한 분석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제시한 보고서는 K–팝 공연시장 규모와 종사자 현황, 주요 인프라 현황, 공연 개최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정리하며, 가치사슬 구조와 재원조달 및 수익구조, 직무구조, 공연기술 등 공연산업의 구조를 한눈에 보여준다. 공연 기획과 제작 방식의 변화는 아티스트의 활동 무대 확대를 뒷받침하고, 유통 인프라 개선과 더불어 소비 시장의 다변화를 촉진한다. KDI는 또한 산업 기반 강화와 시장 저변 확대를 핵심 축으로 제시하며, 정책적 지원과 산업 현장 간의 협력 체계가 향후 성장의 핵심 변수라고 지적한다.
요약하면, K팝 산업은 글로벌 진출과 다양한 수익 구조의 확장을 통해 성장의 궤도를 유지하고 있다. 동시에 대형 기획사 중심의 멀티레이블 운영, 공연시장 인프라의 확충, 그리고 물리적 앨범과 같은 전통 지표의 변동이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다. 앞으로의 방향은 명확하다. 거버넌스 개선과 투명한 수익 분배, 공연 인프라와 인력 양성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글로벌 시장에서의 소비자 변화에 대한 민첩한 대응이 필요하다. 또한 공연 중심의 산업 구조로의 전환을 통해 음반 의존도를 낮추고, 다양하고 지속 가능한 수익원을 창출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K팝 산업의 미래는 단지 가수의 인기나 앨범 판매에 달려 있지 않고, 기획사 간 협력과 공정한 운영, 그리고 공연과 콘텐츠를 아우르는 생태계 전체의 건강성에 달려 있다. 지금의 흐름이 지속된다면, K팝 산업은 글로벌 문화 산업의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하며 더 넓은 세계 무대에서 더욱 견고한 입지를 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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